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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베로 작성일17-01-27 16:21 조회4,573회 댓글0건본문
우리 어머니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신다.
내가 초등학교때 홀로되신 어머니는 벌써 10여년 넘게 하루도 쉬지 않고
시장에서 생선과 어물을 파신다.
형제가 없던 나는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 하면서 자랐지만,
커갈수록 엄마의 추레한 모습이 다른 친구들과 비교 되면서
남보다 심한 사춘기 열병을 앓아야 했다.
엄마에게 함부로 대들고, 투정하고, 짜증내고....
그 모든 것을 엄마는 한번의 불평도 없이 다 받아 주셨다.
수능이 코앞에 닥친 고3 어느날,
그날도 야간 자율학습으로 피곤해진 몸으로 집에 오니
웬일인지 집에 불이 꺼져 있었다.
열쇠로 문을 열고 불꺼진 집안에 들어오니 짜증과 외로움으로
폭발 직전 이었다.
내 방으로 들어와 커다란 곰인형에 마음껏 화풀이를 하고 있는데
그 순간 전화 벨이 울렸다.
않 받으려고 귀를 막고 곰인형에 머리를 묻고 있어도 전화벨은
쉬지않고 울려서 마지못해 전화기를 들었는데,
전화기에선 엄마 옆 가게 김씨 아저씨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혜숙아! 엄마가 쓰러지셨으니 행복병원 으로 빨리 와라."
멍한 심정으로 전화기를 놓고 병원으로 달려가니
엄마는 링거를 두대나 꽃은채 침대에 누워서 주무시고 계셨다.
"엄마! 엄마!"
이제서야 자세히 엄마 얼굴을 보니 무척이나 수척해져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혜숙아, 엄마가 그동안 아프단 말씀 하시지 않던?"
"아.....아니예요! 한번도 그런적 없었어요."
"그래? 네 엄만 참 독하구나, 지금 진찰 했는데 암... 이라는 구나, 다행히 초기라 수술하면 치료 될수 있다고는 하시더라"
난 충격으로 엄마의 앙상해진 손을 잡으며 한없이 울었다.
그 동안 나의 아집과 투정과 무심함을 후회하면서.....
"학교에서 공부하는 그 어떤 과목보다 부모의 죽음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라고 했던가...
다행히 엄마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마쳤고
갑자기 어른이 되어버린 심정으로 열심히 노력하여 원하는 대학에
입학 할수 있어서 기뻐하며 환하게 웃는 엄마의 얼굴을 대할수 있었다.
입학하자마자 캠퍼스 낭만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
난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언젠가 버스를 타고 지나면서 봤던 "씨크릿우먼" 가발을 꼭 엄마께
내손으로 씌워 드리고 싶었다.
다른 학우들이 놀던 말던 난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보냈다.
몸은 고달 팠지만 마음만은 한없이 뿌듯 하였다.
항암치료로 듬성듬성 빠져버린 머리가 남 부끄럽다며 항상 손수건을
두르고 계신 엄마의 머리를 예전처럼 돌려 드릴수만 있다면....
아니 더 젊어지고 세련된 엄마의 모습을 생각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일을 할수 있었다.
드디어 어버이날 난 카네이션과"씨크릿우먼" 가발을 가슴에 안고 집으로 향했다.
"엄마, 나 그동안 못된 딸이라고 많이 속상 했지?"
"얘는 그럴 리가 있냐? 얼마나 소중한 내 공주님 인데..."
"엄마, 그 수건을 벗고 여기 잠깐 앉으세요. 일단은 눈부터 감으시고."
난 엄마의 듬성한 머리에 "씨크릿우먼" 가발을 정성스레 씌워 드리고
거울을 든채로 말했다.
"엄마, 이젠 눈 뜨세요."
엄마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이리저리 한참을 거울을 보더니
"혜숙아! 너무 고맙다! 정말 예쁘구나... 시장 사람들 깜짝 놀라겠다!"
"시장 사람들에게 한참 자랑해야 겠구나... 정말 고마워!"
" 엄마에게 너무 잘 어울리고 또 필요한 것 같아서 샀어.
우리 엄마 10년은 젊어 보이시는 데? 엄마 이젠 열심히 효도 할꼐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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