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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인정 작성일17-01-27 16:21 조회5,306회 댓글0건본문
나는 예쁜 것이 좋다. 물론 예쁜 사람은 더욱 좋다.
그리고 '무슨 복이 있어 저렇게 예쁘게 태어났을까?" 부러워한다.
나는 불량감자다. 키도 작지,얼굴도 예쁘지 않지,피부도 좋지 않지.
머리카락은 또 어떤가.
가늘고 숱도 적어 내가 하고 싶은 머리를 해 보지 못했다.
처음 퍼머를 했을 때를 기억한다.
얼굴이 오목조목 예뻤던 '정윤희'라는 배우.
그 정윤희의 짤막한 퍼머머리가 정말 맘에 들었다.
사진을 보고 이렇게 해달라고 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재수시작하던 2월.
고등학교 졸업할 때 길게 땋았던 머리를 싹둑 자르고 퍼머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윤희의 예쁜 머리를 상상하면서 싸구려 미장원에서 사람들 틈에 끼어
긴장된 하루를 지냈다. 드디어 긴장된 시간이 지나고 거울을 본 순간
아뿔싸!
완전히 시골 할머니 머리처럼 뽀글뽀글하게 착 달라붙은 머리.
눈물이 났다. 그리고 무섭기까지 했다.
무작정 집에 달려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엎어져있었다.
시장에 갔다온 어머니 하루종일 사라졌다 나타난 나를 발견하고
이불을 확 걷어내는 순간 어머니는 놀라 소리를 지르셨다.
이를어쩌냐고........ 빨리가서 풀어버리라고.....
나의 머리카락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 이후 나는 내 머리카락의 한계점 때문에
내가 꿈꾸는 머리 모양은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
허옇게 드러나는 정수리를 가리기 위해 곧잘 모자를 쓰기도 했다.
며칠 전에도 인터넷에서 모자를 2개 구입했는데
작은 머리통 때문에 하나도 맞지 않았다.
어디 머리카락 뿐이던가. 키가 작아서 내가 입고 싶은 옷도
제대로 입지 못했다.
내가 입고 싶은 디자인은 따로 있는데 그것을 입을 수 없으니
아예 옷 조차도 잘 사입지 않아서 나중에는 옷이 나를 거부하기도 했다.
옷도 이옷 저옷 입어봐야 옷이 나를 거부하지 않고 잘 적응하는데.........
지난 주 남편친구 아들 결혼식 겸 모임이 있어 서울에 갔다.
터미널에 내려 잠시 시간이 남아 백화점에서 구경을 하는데
'가발'가게에 손님들이 많았다.
어! 그런데 한결같이 사람들이 모두 예쁘게 변신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만 시간이 없어 바로 나와야했다.
그러나 남편은 계속 그 '가발'이 눈에 선했는지 다음날 다시 그 백화점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앉자마자 내 머리에 얹어준 가발. 순식간에 나는 다른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나는 다른 생각할 것이 없었다.
다른 것 고를 생각도 않고 곧바로 그 가발을 쓰고
남편은 돈을 지불했다.
평생동안 꿈꿨던 숱이 많고, 굵직굵직한 퍼머.
나는 단 한번이라도 그 소원을 이룬다면 아까울 것이 없었다.
가발을 쓰고 집에 돌아오는 길 차창에 비친 낯선 내 모습때문에
어색하기도 했었다.
마침 저녁에 상을 당한 집에 가야했고 그때 처음 만났던 남편 친구는
나에게 '예쁘다'는 말까지 했다. 그냥 빈소리 로 형식적인 인사였겠지만
나는 정말 기뻤다.
다음날 오빠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온가족이 모이는 자리에 그 가발을 쓰고 갔다.
모두 내 머리인 줄 알고 머리에 힘줬다면서... 어울린다면서.........
그러나 나의 머리를 잘 아는 우리가족 비밀은 드러나고...
그렇지만 모두 잘했다고..........
이후에 만나는 모든 사람들
달라진 나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좋은데 갔다가 오느냐..., 상받으러 갔다왔느냐
너무 달라진 나의 모습에 한결같이
자신들도 가발을 마련해야겠다고 한마디씩 한다.
머리가 달라지니 예전에 어울리지 않던 옷도 잘어울려
밖에 나가는데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머리만지는 시간이 오히려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평생동안 소원을 이루게 해준
‘씨크릿우먼’ 에 대하여 정말 감사드린다.
앞으로 몇 개의 다양한 가발을 더 마련해서
기분에 따라서 골라 연출하는 즐거움을
두고두고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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