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1-13 09:58 조회3,273회 댓글0건본문
<파스타 먹으러 갑니다>
제 나이 40대 후반입니다.
아이가 셋이죠.
41살에 늦둥이 막내를 낳고부터는 몸도 마음도 힘겨워졌죠.
성격 탓에 돈을 들여 제 자신을 가꾼다는 것은 죄스럽고 아까웠습니다.
어쩌다 늦둥이 녀석을 데리고 놀이터에라도 나가면
젊은 엄마들을 의식하게 되더군요.
옷차림, 얼굴, 몸매… 하나하나가 저를 초라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스트레스가 겹겹이 쌓이더니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베게에 머리카락까지 수북하게 쌓여만 갔습니다.
허름한 몰골이 되어가자 우울감이 밀려들어왔습니다.
어느 날, 사춘기 큰 딸이 송곳 같은 말로 제 가슴을 찌르더군요.
“짜증나 죽겠어! 지금 엄마 모습이 30년 뒤 내 모습 같단 말야!”
많이 슬펐고, 마음이 아팠고, 원망스럽기까지 해서
밤이 깊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친한 언니가 헤어웨어로 멋을 내고 있는 걸 알았지만
스스로 형편없이 망가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았어요.
차일피일 미루다가 드디어 용기를 냈죠.
풍성하고 산뜻한 머리를 하고 온 날, 우리 남편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오늘 왜 이렇게 예뻐.”
참, 둔감하고 무뚝뚝한 남자죠. 그래도 힐끗 거리며 쳐다보더라고요.
외모에 변화가 오니 막내와 놀이터에 가도 주눅 들지 않고
조금씩 마음에 여유와 활력이 생겼습니다.
요즘 큰 딸의 반응이 완전히 바뀌었답니다.
휴대폰으로 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여줬는데
“헐, 대박! 니네 엄마 완전 동안!”했다고 자랑하더군요.
내일은 남편 빼고 큰 딸이랑 단 둘이서 데이트하기로 했어요.
고소한 파스타 먹으러 갑니다.
부러우시죠.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