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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1-17 14:29 조회3,321회 댓글0건본문
<덕분에 참 멋지다>
중학교 교사인 나는 외동아들에 장손인 남자와 결혼을 했다.
홀시어머니와 한 살 어린 시누이가 있었지만
시어머니에게 살림을 배우고 익힐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일 때문에 새벽 5시에 나가서 밤 10시에 들어오셨고
시누이는 늘 같은 말만 되풀이 했다.
“언니! 밥? 빨래는? 살림 안 하고 뭐해?”
결혼에 대한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시집살이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차츰 내 몸뚱이 하나 돌볼 겨를이 없어져 갔다.
급기야 스트레스로 인해 ‘갑상선 항진증’과 ‘저하증’을 앓게 되었다.
믿었던 남편에 대한 실망감까지 겹치면서
착한 아내, 좋은 며느리의 역할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때 나에게 찾아온 또 다른 불행이 ‘유방암’이었다.
힘겨운 수술과 치료를 마치던 날, 꾹꾹 눌렀던 서글픔에 펑펑 울었다.
보다 못한 친구가 내 손을 잡고 데려간 곳이 ‘씨크릿우먼’이었다.
풍성하고 세련된 머리모양 때문에 낯설어 하는 나에게
친구가 푸근한 음성으로 말했다.
“지금부터 속으로 외치는 거야. 덕분에 나는 참 멋지다!”
얼마 후, 나는 다른 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사람들은 한껏 멋을 낸 나에게 환한 미소로 응대해 주었다.
내 젊음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잃었던 삶에 대한 용기도 되찾았다.
어느 날 젊고 예쁜 동료교사가 물어왔다.
“선생님, 머리 손질 어떻게 하세요? 커피 사드릴 테니까 방법 좀 가르쳐 주세요.”
나는 친구의 말로 답을 대신했다.
“거울 앞에 서서 이렇게 말하세요. 덕분에 나는 참 멋지다.”
나는 거울 속에 비친 멋진 내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래 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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