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2-03 17:08 조회3,116회 댓글0건본문
<태평양 싸모님이시네>
“언니~ 잘 계슈?
일주일 뒤에 서울 들어가니까 공항으로 태평양 싸모님 마중 좀 나오슈~”
‘태평양 싸모님’은
아주 오래 전에 태평양 건너 미국으로 이민 간 내 동생의 별명이다.
동생은 2년에 한 번 꼴로 서울 나들이를 하는데
옷차림, 머리모양, 목걸이까지 보통 멋쟁이가 아니다.
미국 물 먹으면 다 저렇게 멋지게 사나 싶을 정도로 부럽기만 하다.
그런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초라한 할머니였다.
머리는 휑하니 숱이 적고 얼굴은 주름으로 초췌한 모습 그대로 였다.
그때, 거울 앞에 붙은 동생의 사진을 보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생은 왜 태평양 사모님이 되고, 나는 할머니가 되었는지를 알았다.
풍성한 머리모양에 있던 게 아닌가!!
장롱 속을 뒤적거려 예전에 몇 번 사용하다가 포기한 헤어웨어를 입어보았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딸을 동반해서 매장을 방문하여 보상을 받고
새로운 헤어웨어를 입고 루즈를 바르고 눈썹정리까지 하니까
웬 사모님이 앉아 있는 것 같았다.
딸과 함께 동생을 만나러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딸이 연신 웃는 얼굴로 내 칭찬을 했다.
“엄마! 오늘 너무 예쁜데. 앞으론 좀 꾸미고 사세요. 엄마 모습 너무~ 좋다.”
드디어 사람들 사이로 멋쟁이 태평양 사모님이 나타났다.
나를 보자마자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언니~ 어머나! 오늘은 언니도 멋쟁이 태평양 싸모님이시네. 왜 이렇게 젊어졌어?”
머리모양 하나 바뀌었다고 태평양 사모님 못지않은 멋쟁이가 되었다니
참 신통방통한 일이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