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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2-03 17:12 조회3,358회 댓글0건본문
<이제는 또 다른 시작입니다>
어느 책에선가 그랬죠.
시련에 직면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 뿐이라고.
맞서 싸우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달아나거나.
고작 20대인 내가 선택한 방법은 달아나는 것뿐이었습니다.
모든 게 초라한 내 머리숱 때문입니다.
날이 갈수록 휑해지는 가르마와 정수리 때문에 거울 속 모습이 싫어졌죠.
내 모습을 드러낼 자신이 없어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삶,
앞으로의 내 인생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여겼습니다.
방 안에 박혀서 준비하던 필기시험에 합격했지만 기쁨은 아주 잠깐이었죠.
면접 때 머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되어 밤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찾아갔죠. 내 인생의 구원자가 되어줄 ‘씨크릿우먼’에.
기차를 타고 매장을 찾아가는 내내 집으로 되돌아가 숨어버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냈죠.
매니저 분께서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골라주셨습니다.
‘그래, 나는 지금 머리에 예쁜 옷을 입은 거야.’
오랜만에 거울 속의 예쁜 나, 20대 청춘인 나와 마주했습니다.
면접시험에서 면접관들의 시선을 마주하며
그 어떤 질문 공세에도 자신 있게 답했습니다.
드디어 최종합격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발견한 순간,
가슴이 두근거려 자꾸만 시큼시큼 눈물이 났죠.
얼른 시간이 흘러 흘러 호호 백발 할머니가 되기만을 기다리던 나,
그런 나를 일으켜 세우고,
카메라 앞에서 웃게 한 것도 모두 헤어웨어 덕분이죠.
더 이상 달아나지 않을 겁니다.
내 모습이 어떠하든 내 삶과 정면으로 마주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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